ITER 건설의 요체는 토카막 구조가 핵심을 이루는 장치의 조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초전도 토카막 장치의 조립은 복잡한 구조, 치밀한 공차 관리, 일정 관리 및 헬륨 누설 방지 등 요구하는 지식과 경험이 매우 특별합니다. 따라서 KSTAR 건설 당시, 장치 조립을 이끌었던 당사자로서,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ITER 조립에 기여하고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ITER 건설을 통한 핵심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다시 한국의 국내 핵융합 장치 (DEMO 등) 건설을 위한 기술축적에 이바지 하여 한국이 회원국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기술 획득에 기여를 하고자 합니다. 현재 ITER 프로젝트는 장치의 설계, 제작 단계에서 조립, 건설 단계로의 전환기에 있으며 저는 ITER 토카막 장치의 조립 준비 및 실행의 한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ITER라는 국제기구의 특성 상 공식 사용 언어는 영어입니다. 따라서 영어 구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ITER에서 근무하는 많은 한국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일테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기원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질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소통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여기 유럽 문화의 특성 상 휴일도 상대적으로 많아 겉으로 보기엔 여유롭게 보이지만 업무시간에는 매우 집중해서 일을 하는 문화이므로 업무시간에는 많은 에너지의 소모가 필요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인재들은 지적·경험적 경쟁력이 아주 높지만, 한국인들의 특유한 근면성과 높은 순발력 또한 차별될 수 있는 우리만의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업무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료화 및 문서화는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여기 까다라쉬에 소재한 ITER 국제기구에 지원할 시점에는 저 개인적으로는 그 시기가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로 지난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분야에 종사해 온 상황에서 책임감과 의무감도 또한 크게 느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에게 ITER는 우리 연구진에 국가와 국민에게 약속드렸던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매개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ITER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한국 연구진들 또한 저와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장·단점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 목표의식 만은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따라서 ITER는 저에게는 일종의 ‘운명’ 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융합 관련 설계 및 공학의 중심지인 ITER에서 보다 많은 핵융합 관련 공학기술을 습득하고, 지금 까지의 연구 경험을 통해 ITER 프로젝트에 기여하고자 지원했습니다. 지금 맡고있는 ITER 테스트 블랑켓 모듈(TBM)은 핵융합의 상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평가하는 최초의 증식 블랑켓 검증 프로 그램입니다.

ITER는 유럽,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문화와 국제기구라는 2가지의 큰 문화적 특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점을 인식하고 다른 문화들에 대해 열린 사고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또 문화적 다양성 때문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자세가 요구 됩니다. 중요한 내용을 협의하거나 진행 할 때는 이메일 등을 활용하여 자료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TBM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핵융합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분야를 경험하게 된 것이 기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TBM 사업 및 더 나아가 한국의 핵융합 상업화를 위한 증식 블랑켓 설계 및 개발에 기여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국가와 연구소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통해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만들고 전문 지식을 쌓는 등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핵융합 발전 과정에 미력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6년간 KSTAR 저온헬륨설비의 설계와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실제 운전도 1년 정도 했습니다. 7년 전 ITER에서 같은 업무의 채용공고가 나서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KSTAR에서 했던 일을 ITER에서 훨씬 더 큰 스케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견 초기 개념설계가 시작됐고, 지금은 제작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 35개국에서 직원들이 모이는 만큼 각국의 문화와 풍습을 존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독재, 일본 침략 등 각 나라마다 터부시 되는 이야기들은 잘 꺼내지 않고 있어요. 한국과 미국은 실용성을, 프랑스와 인도는 장시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또 조직 내에서 기본적인 책임관계에 따른 위계질서는 있지만 회의와 업무에서는 상급자와 직원들이 모두 평등합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제공되고요. 해당 분야의 공부, 학회 참여, 출장 등이 어느 정도 보장됩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닐 경우 연구소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너무 일찍 출근 하거나 너무 늦게 퇴근 할 수 없고 업무 외 시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최고경영자의 허가를 얻어야 합니다.

직업적으로 제 분야에서 최첨단에 있기에 업무를 통해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인 만큼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입시 스트레스 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놀면서 공부도 하고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고요. 프랑스는 야외 스포츠가 다양하게 발전해 스쿠버 다이빙, 스키, 서핑,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북쪽으로 2시간 가면 남알프스,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는 지중해가 있습니다.

KSTAR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하고자 하는 바람과 국제기구에서 타 국가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싶은 바람으로 지원했어요. 현재 ITER 국제기구에서 CODAC Section leader를 맡고 있습니다. CODAC Section의 임무는 KSTAR 제어팀과 유사하게 ITER 장치의 제어 및 운전을 위한 중앙 제어시스템의 개발 및 ITER 중앙제어실의 구축, 그리고 ITER 장치 운전 및 제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비해 개개인의 의견이 보다 존중되며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나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명백 합니다. 따라서 의견 합의가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은 합의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책임 소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이에요. 업무 시간 외 추가 근무가 보편적이지 않은 대신 업무 집중도가 높습니다. 또 ITER 국제기구는 채용 후 내부 승진 자체가 제도적으로 없어 개개인에게 동기 부여가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한국의 후배 연구자들에게 ITER 참여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점이 보람돼요. ITER 지원 전부터 KSTAR 장치를 ITER 건설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또한 ITER 기술이 KSTAR 장치 업그레이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이를 위해 KSTAR에 과제를 발주하고, ITER 개발 기술을 KSTAR 에 점진 적으로 적용하여 KSTAR 업그레이드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